5년 5개월 신기하다. 아직도 다음 블로그가 살아있다니. 2008년 6월 2일부로 이 블로그는 숨을 쉬지 않았다. 그때 왜 돌연 산소호흡기를 뗐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이 2013년 11월 11일이니까 5년 5개월 만에 이곳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5년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나에겐 사건, 사고도 없었다. 마치 .. 일상 2013.11.11
느닷없는 비는 퇴근시간에 맞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간단히 맞을 수 있는 비는 아니었다. 하늘에서 물대포를 쏘는 것처럼 엄청난 물줄기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비 사이로 간간히 천둥소리도 들렸다. 나는 비를 피해 잠시 처마 밑에 몸을 숨긴 옛날 선비처럼 건물 입구에 서서 유리문 밖만 내다보았.. 일상 2008.06.02
촛불을 켜는 자와 촛불을 끄는 자 며칠째 밤마다 전경들과 시민들이 대치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어김 없이 전경들이 바리케이트를 쳐 사방이 꽉 막혀있다. 어제는 교보빌딩 앞 도로까지 전경차량으로 완전히 막아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다행히 바리케이트 뒤쪽은 비교적 통행이 자유로웠다. 촛불문화제 참.. 일상 2008.05.31
성치세계 입문 도성 주성치의 007 도학위룡1 서유기 월광보합 서유기 선리기연 희극지왕 쿵푸허슬 신정무문 최근 2주동안 본 영화목록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눈치챘겠지만 열거한 목록은 모두 주성치의 영화들이다. 나는 어쩌자고, 도대체, 왜, 이제서야 주성치라는 보물을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이.. 일상 2008.05.29
일상의 부스러기 아기를 등에 업은 여자가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물론 아기는 포대기에 싸여 보이지 않았다. 여자의 뒷모습은 둥근 이불더미를 등에 짊어지고 가는 사람 같았다. 나는 어쩌면 전근대적인 여성상을 머릿속에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한낮인데도 날씨는 몹시 추웠다. 그래서 여자는 포대기를 더욱 여몄.. 일상 2008.01.17
위대한 개똥 발밑에서 뭔가 물컹한 것이 밟히는 게 느껴졌다. 순간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시선을 아래 쪽으로 내렸더니 동그랑땡 모양으로 눌려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설마가 사실로부터 확인사살되는 순간이었다. 다다다다. 아악. 하지만 다행인 것은 추운 날씨와 건조한 공기 덕분에 .. 일상 2008.01.14
안개 이천에서 날아든 비보 때문일까. 오늘밤 어마어마하게 짙은 안개가 도시 전체를 점령해 버렸다. 내가 태어나서 본 안개 중 가장 짙은 안개였다. 서울에서 전철을 탈 때만 해도 잘 몰랐다. 그저 날이 흐리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일산의 한 역에 도착했을 때 안개는 도시를 온통 뿌옇게 만들어.. 일상 2008.01.08
모이를 주는 남자 내가 청계천에서 '모이를 주는 남자'를 본 건 대선이 치러지기 며칠 전이었다. 무심코 청계천을 걷고 있었는데 한 때의 소란으로 인해 우연히 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그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그는 어둠 속에서 검은색 점퍼를 입고 있는 평범한 남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내 그 남자 주위로.. 일상 2007.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