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등에 업은 여자가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물론 아기는 포대기에 싸여 보이지 않았다. 여자의 뒷모습은 둥근 이불더미를 등에 짊어지고 가는 사람 같았다. 나는 어쩌면 전근대적인 여성상을 머릿속에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한낮인데도 날씨는 몹시 추웠다. 그래서 여자는 포대기를 더욱 여몄을 것이다. 여자가 걸어간 길 위에서 신발 한 짝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발목 부분에 털이 달린 아기신발이었다. 바로, 저 포대기 속 아기의 것이구나. 나는 신발을 주워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여자가 나보다 열 걸음쯤 앞서 걷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뛰어야했다. 저기요. 신발 떨어트렸어요.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아기엄마라고 하기엔 좀 어려보이는 얼굴이었다. 가장 어리게 본다면 대학 졸업반 쯤. 처음에 여자는 내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말이 입에 밴 탓일까. 여자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고맙습니다"라고 고쳐 말했다. 자의식이 강하다거나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는 아닌 것 같았다. 아기는 여전히 포대기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안에서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아무 의미 없는 일상의 부스러기 같은 우리의 대화를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포대기 속의 아이는 자라 포대기를 떠날 것이고 시간은 계속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