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시골잔칫집에서 내가 좋아했던 음식은 사라다(샐러드)와 국수였다. 특히 사과와 바나나가 잔득 들어간 사라다를 좋아했다. 잔칫집에서 먹는 국수는 특별히 그 위에 붉은 실고추와 계란부침을 얇게 썰어올려 놓았기 때문에 보기에도 좋았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잘 받아먹지 않았다. 가족 이외의 사람들은 내게 있어 낯선 타자이자 수줍음의 대상이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식혜나 떡을 줄라치면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는 엄마 치마 뒤로 숨어서 사슴처럼 눈망울만 꿈뻑거렸다. 그러다 엄마가 음식을 받아 나에게 건내주면 그제서야 먹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다 먹진 않았다. 한 모금 마시는 척 하거나 한 입 베어물다 버리곤 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있었다'가 아니라 '있었다고 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 막내동생이 태어나기도 전의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라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로부터 여러번 들은 얘기라서 어렴풋이 상상으로는 기억한다.
그때 나는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좋게 말해서 물이지 사실은 구정물에서다. 즉, 나는 아주 어렸을 때 구정물에 빠져 죽을 뻔한 사람이다. 하마터면 나는 기구한 운명을 살 뻔했다.
우리집에서는 그때 엄청 큰 개를 기르고 있었다. 크지만 아주 순한 개였다고 한다. 이름이... 이름이... 이름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큰 개가 우리집 식구들이 어느 집 잔칫집에 간 사이 목에 있던 사슬이 풀리면서 우리집 식구가 있던 그 잔칫집으로 곧장 내달려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잔칫집에서 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제 딴에는 주인집 아이니까 반가워서 나에게로 곧장 달려들었던 걸 테지만 어린 아이였던 내 입장에서는 그 큰 개는 커다란 황소나 마찬가지였다. 개가 반갑게 앞발을 내밀며 나에게 달려오자 나는 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고꾸라질 수 밖에 없었다. 뒤로 고꾸라진 그곳이 하필 구정물통이었던 것이다. 주위에 나를 구해줄 어른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때 그대로 익사했을 것이다. 그래서 였을까. 어렸을 때 나는 물을 지독히 무서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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