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옷깃

undercurrent 2005. 11. 22. 00:32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런 일인가 봅니다. 또 그런 일인가 싶더니 무슨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이상한 일기의 어설픈 서두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마지막 문장이면 어떻습니까. 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밤공기는 이렇게 적당히 차갑고 괴로운 사람들은 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적당량의 고독에 취해 침대 위에 쓰러져있습니다.  

아까 빵집에 그가 있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는 제빵사니까 빵집에서 빵을 만들고 파는 것이 당연합니다. 내가 그 가게에 들어가 빵을 고를 때 그는 내게 쟁반을 하나 갖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겨우 빵 두 개만 달랑 사서 그곳에서 나왔습니다. 빵가게에서 나오자 어린 연인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뛰는 곳을 보니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나도 그 어린 연인들을 따라 무작정 뛰었습니다.

건널목 저편에 그녀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종종 걸음으로 어딘가를 바삐 가고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녀는 바쁜 일이 있어서 종종 걸음치는 것이 아니라 춥기 때문에 저절로 걸음을 빨리 했던 것입니다. 습관처럼 나는 그녀를 뒤쫓아 갑니다. 나는 그녀를 마리아병원 골목길에서 놓쳤습니다. 나는 그녀를 놓쳤지만 이미 그녀를 놓칠 것을 알았기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몽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가여운 개에게  (0) 2005.11.22
겨울詩 몇 개  (0) 2005.11.22
비현실 소년  (0) 2005.11.18
세계의 청사진  (0) 2005.11.12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0) 200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