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 있다보면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보게 된다. 은희경의 소설집 중에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라는 제목이 있는 것처럼 시계를 자주 보는 것이 그리 행복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술자리에 대한 흥미는 이미 오래 전에 잃어버린 듯하다.
처음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취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고, 당연히 취하기 위해 술을 마셨다. 취한 나와 취하지 않은 나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또 사람들은 취하지 않은 나보다 취한 나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사람들은 취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술이 가져다주는 디오니소스적인 세계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도 몽롱한 디오니소스적인 세계를 좋아한다. 다만 나는 그 세계를 혼자 걸어들어갔다가 역시 혼자 걸어나온다. 내 방안에서 맥주 한 두 캔 정도 마시면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난 술자리에서 가장 심심한 사람이다.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보고 다른 생각을 하고 즐겁게 웃고 떠드는 대화 속에 끼어들지 못한다. 술자리에서 혼자 가만히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