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겨울, 러시아의 한 공업도시 상공에선 네 개의 눈송이가 막 태어났다. 네 개의 눈송이가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온통 암흑으로 가득 찬 밤이었다. 북쪽에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네 개의 눈송이보다 조금 일찍 태어난 눈송이들은 이미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이제 곧 네 개의 눈송이 차례였다.
네 개의 눈송이는 땅으로 떨어지는 게 몹시 두려웠다. 그래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서로를 꼭 부둥켜 안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제 아무리 두려움에 떨며 몸부림쳐도 네 개의 눈송이는 점점 지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결국 네 개의 눈송이는 땅으로 떨어져 그해의 첫눈이 되었다. 새벽에 어느 가난한 소녀가 밟고 지나간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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