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much love will kill you. 내 방은 네모다. 나는 네모난 내 방안에 있다. 누워있다. 눈을 감고 누워있다. 나는 네모난 내 방 안에 눈을 감고 누워있다. 인터넷 라디오에서는 퀸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 그 부분을 가끔 따라부르기도 한다. 물론 실제 입을 뻐끔거리며 따라부르는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 따라부른다. 상상으로는 내 노래도 그런대로 들어줄만 하다. 안 그래? 나는 허공 중에 묻는다. 당연히 아무런 대꾸도 기대하지 않는 그런 물음이다. 그런데 누군가 느닷없이 응,이라고 대답해온다. 나는 눈을 뜬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누군가 다시 내 눈을 가린다. “누구게?” 내 눈을 가린 이가 묻는다. 나는 안다. 방금 내 눈을 가린 이가 누군지 나는 안다. 내 입가엔 저절로 엷은 미소가 번진다. 울 애인이지 누구긴 누구야. 그러자 내 눈을 가린 손이 스스륵 풀린다. 하지만 눈을 감쌌던 손바닥의 부드러운 여운은 잠시 동안 남는다. 그리고 웃음. 나와 내 애인은 한바탕 즐겁게 웃는다. 방이 너무 어둡지 않아? 애인이 내게 묻는다. 왜? 어두우면 이상한 생각할까봐? 아니, 이상한 생각하면 나는 더 이상한 생각하면 되니까 그런 건 무섭지 않아. 그리고 또 웃음. 애인과 나는 다시 한 번 웃는다. 어차피 우리는 5분 간격으로 웃게 되어있다. 앞으로 웃음은 생략하겠다. 그러니 나와 내 애인이 5분마다 웃는 거라고 생각하시라. 어때? 나는 파란색 전구를 켠다. 너무 파래. 싫어. 어때? 이번엔 노란색 전구를 켠다. 너무 노라서 싫지? 응. 나는 그냥 백열전구를 켠다. 좀 낫지? 응. 나는 애인을 위해서 창도 하나 만들어 주었다. 애인이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 창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애인은 기뻐하지 않고 시무룩한 표정이다. 왜 그래? 뭐가? 그 표정 말이야. 왜 나를 묘사해 주지 않아? 그래서 기분 상했어? 조금. 알았어 아름답게 묘사해 주려고 그랬어. 지금 하면 되잖아. 뭐라고? 내 애인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라고. 쳇, 그건 너무 평범해. 하하. 일부러 그랬어. 화내지 마. 내 애인은 내 애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시절부터 내 애인으로 만들고 싶었던 내 애인은 무수한 그리움의 발자국을 가슴에 새기며 한 발자국 걸어와 마침내 내게로 온 내 애인은… 내 애인은… 내 애인은 뭐? 까먹었어. 쳇, 엉터리. 그리고 그건 너무 유치해. 자기, 그래서 내가 싫어? 아니. 애인은 내 어깨의 옷을 잡아끈다. 그리고 드러난 맨살에 입맞춘다. 나는 자기가 좋아. 나도 자기가 좋아. 이번엔 내가 애인의 양 볼에 입맞춘다. 그리고 이마에, 입술에, 목에, 쇄골에… 더 아래에, 그리고 더 아래에…
철썩! 애인이 내 볼을 사정없이 때렸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 인터넷 라디오에서는 퀸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몽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ere is my mind (0) | 2007.03.23 |
---|---|
문학이라는 광물 (0) | 2007.03.21 |
잠의 불균형 (0) | 2007.03.13 |
Read My Mind (0) | 2007.03.09 |
Love (0) | 2007.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