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벌레가 있다.
언제인지 모르게, 어느 순간인지 모르게 내 눈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와 볼을 따라 내려가는 때로는
귀밑까지 기어가 배게에까지 닿는.
어젯밤에도 그 벌레가 나타났다.
어젯밤엔 잠이 오지 않아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그냥 누워있었다. 바로 그때 나는 벌레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다. 잘 의식하지
못하면 벌레가 나타난 줄도 모른다. 벌레가 얼굴을 기어가는 느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머릿결이 스치는 정도의 약간의 간지러움 혹은
이마에 땀이 맺힌 기분,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은 겨우 그 정도가 다다. 이어폰에서는 'Lanval'의
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 음악이 벌레를 불러오는데 한몫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벌레를 발견한
즉시 비벼 죽였다. 다행히도 벌레가 더 나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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