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 이런 일이!

undercurrent 2007. 3. 26. 00:43

 방금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지금 그 상황은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복도에서 사람들이 범인과 언성을 높여 얘기하고 있다.

 

 아주 조금 전의 상황이다. 나는 물을 뜨기 위해 주방이 있는 4층으로 가기위해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복도 코너에서 난데없이 두 명의 여자(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가 나타나더니 그 중 한 여자가 나더러 다른 한 여자와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 여자가 자신이 방에서 누워 자고 있는데 창문 너머에서 자신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 모습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놀라서 문을 열고 방밖으로 나오니 범인은 세탁실이 있는 쪽으로 도망가버리더라는 것이다. (범인 아니, 그 변태는 지금 세탁실에 숨어있는 것이다!)

 나는 여자들에게 당장 총무에게 전화를 걸라고 말을 하고 복도에서 범인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지키고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덩치가 큰 사내 하나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봐요. 아저씨."

 "......"

 나는 그 사내를 불러 세웠다.

 "혹시 아저씨가 저 분 방에 카메라 들이댔어요?"

 "아뇨. 무슨 말씀이신지..."

 역시나 사내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잡아뗐다.

 "아저씨 핸드폰 좀 봅시다."

 사내는 순순히 핸드폰을 내밀었다. 모토로라 레이저폰이었다. 카메라를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사진은 아무 것도 없었다. 분명 세탁실 안에서 지워버렸을 것이다. 심증만으로 사내를 붙들어 놓기란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사내는 얼굴이 더욱 붉어져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는데 사진을 찍혔다는 그 여자의 바로 옆방이었다.

 

 일단 나는 여자들에게 침착하고 총무에게 연락하라고 하고 세탁실을 살피기로 했다. 세탁실 불은 켜져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세탁기는 꺼져 있었고 그 안에는 어떤 세탁물도 들어있지 않았다.

 나도 총무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여자들과 총무가 복도에 서서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나는 총무에게 내가 세탁실에서 확인했던 사실들을 전달했다. 총무는 그 즉시 원장에게 연락을 취했고 지금 복도에서는 총무와 원장과 여자들과 범인이 언성을 높여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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