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참수당한 아침

undercurrent 2004. 5. 12. 17:15

사람이 사람의 목을 댕강 자르는 세상이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싹 소름이 돋았다. 오뉴월의 서리도 아닌, 소름이라니. 어린 애도 아닌데, 좀 충격적이었다. 정말 저 펜실베니아 출신의 닉 버그라는 사내의 목이 잘려나간 것인가. 그러나 사실로 확인됐으니 그는 목이 잘린 채 이미 죽은 것이다.   

기사를 보니 성명서를 다 읽고 복면을 쓴 다섯 중 하나가 칼을 꺼내들어 닉의 목을 쳤다고 한다. 닉(니콜라스)은 죽기 전까지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사실, '삼국지'나  김훈의 '칼의 노래'와 같은 소설을 보더라도 참수는 옛부터 보편적으로 행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무협극에서 장수들은 장도로 적의 목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데, 소나 개를 잡듯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벤 목을 적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상징적인 목적으로 쓰기 일쑤였다. 산 자들에게 있어 목이 잘린 머리는 공포였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옛날 루마니아와 터키가 전쟁을 할 때, 루마니아 군은 적의 사기를 떨어트리기 위해 적병의 시신을 긴 꼬챙이에 찔러 땅에 박아놓았다고 한다. 그 꼬챙이는 입을 통해 항문으로 나와 있었다고 한다. 이때의 루마니아의 명장은 드라큐라 백작이었다. 루마니아에서는 영웅인 이 드라큐라 백작이 영화에서 흡혈귀로 등장하는 이유도 이때의 공포스런 이미지 때문이라고 한다.   

또 조선시대에 가장 끔찍한 형벌이 능지처참이었다고 하는 데, 이는 목 뿐만 아니라 사지가 찢어져 죽는 형벌이라고 하니 얼마나 끔찍한 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나치의 유태인 학살, 일본군의 만행 등을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인류는 잔혹한 짓을 많이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잔혹행위들이 권력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잔혹한 짓을 저지르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빼앗긴 권력을 되찾기 위해 서슴없이 잔혹극을 벌여왔던 것이다.

 

인간은 거의 누구나 권력을 쥐길 원하고 빼앗기길 싫어한다. 그리고 그 권력투쟁의 길은 늘 전투적이고 불투명하다. 그로인해 세상은 거칠다.

 

한 미국인의 목이 날아갔다. 내일은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바로 이런 곳이다. 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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