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마리오네트, 거인 소녀

undercurrent 2007. 7. 30. 01:54

 

 소녀는 눈을 뜹니다. 길고 긴 잠에서 막 깨어난 소녀는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세상을 살핍니다. 소녀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녀는 자신의 눈에 비치는 세상이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소녀는 샤워를 하면서 물의 감촉을 느낌니다. 촉촉하고 시원한 느낌의 물. 샤워를 마치고 사람들이 있는 거리로 나온 소녀는 자신이 거인임을 깨닫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소녀를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소녀 역시 세상이 너무 신기합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걸 느끼고 싶어합니다. 달콤합니다. 소녀는 아이스 바가 너무 달콤해 눈을 감고 그 맛을 음미해 봅니다. 차갑고, 새콤하고, 달콤한 그 맛이 꼭 이 세상이 한꺼번에 혀 안으로 녹아오는 느낌입니다. 소녀는 기쁩니다. 사람들이 소녀를 좋아해 줍니다. 소녀 역시 사람들이 좋습니다. 하늘은 파랗고 나뭇잎은 푸릅니다.

 

 소녀는 눈을 감습니다. 다시 긴 긴 잠을 자야 합니다. 소녀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하루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의 기억으로 천년은 꿈 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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