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바퀴벌레 소동

undercurrent 2007. 4. 3. 01:17

 점심을 시켜먹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시켜먹는 음식이 대부분 맛이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갔다. 아무튼 이 내용은 중요한게 아니므로 스킵하겠다. 쉬릭 쉬리릭(스킵하는 소리-_-)

 

 나는 돈까스를 시켰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맛이 별로였다. 더구나 얼굴만 봐도 소화 안 될 것 같은 K과장과 한 테이블에서 먹다보니 밥알 마저 까끌까끌하게 느껴졌다. 참고로 K과장은 히스테리에 의한 히스테리를 위한 히스테리의 인간으로 단 한 마디의 말로써 한 사람의 기분을 바닥 끝까지 떨어트릴 수 있는 빼어난 재주의 소유자이다. 아무튼 남 험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으므로 이 정도에서 스킵하겠다. 쉬릭 시리릭.

 

 요는 위의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먹던 도시락에서 바퀴벌레가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K과장의 도시락이 아닌 선량한 나의 도시락에서 말이다! 

 

 처음엔 그것이 바퀴벌레 즉, 'Wheel Bug'일 거라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녀석이 워낙 작고 갸날프길게 그저 날 파리의 한 일종으로 생각했다.(날파리였더라도 문제였겠군-_-) 아무튼 내 도시락 어딘가에서 홀연히 나타난 녀석은 힘겹게 양배추 샐러드를 지나 단무지 위를 걷고 있었다. 사람으로 친다면 한 초등학교 4학년 쯤 되려나 그 정도로 어린 벌레였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조용히 벌레의 출현을 알렸다. 그러자 사람들은 먹던 동작을 모두 멈추고 내 도시락에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이윽고 C대리가 내게 물었다.

 

 "혹시 그거 바퀴벌레 아니에요?"

 

 맞다. 왜 그 생각을 바로 하지 못했을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액면가는 분명 바퀴벌레인데 너무 작아 날파리 정도로 생각했던 거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순간 사람들은 짧은 비명을 질렀고 손에 쥐고 있던 수저들은 테이블 위로 내동댕이 쳐졌다.

 저걸 어떻게 좀 해보라는 C대리의 등쌀에 못이겨 나는 손가락을 구부려 팅! 바퀴벌레를 튕겨버렸다. 내 손가락에 튕겨나간 바퀴벌레는 공교롭게도 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떨던 C대리의 발밑으로 떨어졌고 C내리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펄쩍펄쩍 뛰었다. 저 사람이 원래 저렇게 날렵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 이야기는 참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펄펄 뛰던 C대리의 발이 퍽!  바퀴벌레를 밟아버렸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묘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왜 아니었겠는가. 한 작은 생명이 사라져간 그 순간에.

 

  더구나 나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를 보았기 때문이다. 천진난만하게 양배추 샐러드를 통과하던 모습과 흥미롭게 단무지 위를 걸었던 그의 즐거웠던 한때, 이 세상에 최후의 소풍을.

 

 

 

 * 나와 아주 짧은 만남을 한 사람으로 치자면 초등학교 4학년 쯤으로 보이던 바퀴벌레에게

 

   다시는 나 같은 사람 만나지 않기를....

  

   네가 간 그곳에선 훨훨 자유롭길 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