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주식회사
내 친구 중 한 명은 '달 주식회사' 마케팅부서에 일한다. 그 친구가 주로 하는 일은 달 주식회사의 서비스를 홍보하는 일인데 아무래도 추석때가 되면 일손이 많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것 저것 여러 부서의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그때가 일년 중 회사에서 가장 바쁜 때다. 아래는 바에서 술을 마시면서 그 친구가 내게 해준 달 주식회사에 관한 얘기다.
추석이 되기 며칠 전 달 주식회사의 각 부서는 사장이 직접 총괄하는 비상회의를 소집한다고 한다. 당연히 내 친구가 일하는 마케팅부서도 예외는 없다. 마케팅 부서에서의 회의에서는 달 주식회사에 소속된 달의 스케줄을 확인하거나 회사의 서비스 일정이나 혹시 있을 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논의한다고 한다. 내 친구는 올해에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했다.
비상회의가 끝나고부터는 추석연휴가 끝날 때까지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한다고 한다. 말은 거창하게 비상근무체제지만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일종의 '사탕수수 근무'라며 내 친구는 툴툴거렸다.
달 주식회사에서 달은 서비스의 생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데 안 중요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달관리는 달 주식회사에서도 아주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추석이 되기 전 달 주식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명 전문가를 불러 달의 밝기를 체크하고 조정한다. 전문가들은 그야말로 세계 각지에서 오게 되는데 작년에는 독일에서 전문가가 왔었고 재작년에는 일본에서 왔었다. 올해는 캐나다에서 전문가가 다녀갔다고 한다.
내일 뜨는 달의 컨셉은 '신비'라고 한다. 이번에 다녀간 조명 전문가가 크게 신경쓴 부분도 바로 달의 신비스러움을 강조하는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보통 추석때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편은 아닌데 이번엔 달을 볼 생각이다. 내 친구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 궁금하기도 하고 달의 컨셉을 얼마나 잘 살렸는 지도 확인할 겸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