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샴푸 부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undercurrent
2005. 8. 17. 23:20
한쌍의 샴푸 부부가 있었다. 물론 부인의 성은 '린스'였지만 서양식으로 남편의 성을 따랐기 때문에 샴푸부부다. 나는 이 샴푸 부부를 언젠가 할인점의 생활용품 코너에서 구입했다. 남편은 덩치가 컸고 남편에 비해 부인은 외소한 체격을 하고 있었다. 보통의 샴푸부부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바로 그런 차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 머리 감는 습관 때문이었을까. 어느날 보니 샴푸부인의 수명이 다해있었던 것이다. 남편의 생명은 반 이상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얼마 후 나는 샴푸씨에게 새 파트너를 소개시켜주었다. 다른 회사 '린스'가 출신의 젊고 예쁜 여성이었다. 그런데 둘은 아직까지도 사이가 서먹서먹한 모양이다. 아까 둘에게 키스를 시켜봤는데 서로 고개를 외면했다. 샴푸씨는 아직도 샴푸 부인을 잊지 못하고 있는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