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두발검사
undercurrent
2005. 5. 14. 22:07
두발검사가 있기 전날밤엔 모자를 쓰거나 손수건을 머리에 두건처럼 쓰고 잤다.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조금이라도 머리가 짧아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학교의 규정은 앞머리 3Cm, 옆머리 1Cm였다. 나는 특히 앞머리를 짧게 자르는 게 싫었다. 고2때였을 것이다. 앞머리를 파격적으로 길게 남기고 머리를 깎았다. 5~6Cm는 족히 됐을 길이였는데 머리를 잘 접어 다음 날 있을 검열을 피해갈 작정이었다.
검열은 어김없이 2교시와 3교시 사이에 있었다. 먼저 학생주임이 교실문을 노크하고 들어와 담당 과목선생님에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후 모두 고개를 똑바로 들라는 명령을 내렸다. 보통은 한 두 명의 학생과 선생과 함께였다. 교실엔 순식간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각 선생의 손엔 회초리와 10cm미터 자가 들려있다. 우리들 중 누구라도 "너!"라고 호명되면 끝장이다. 그러면 당장 학번과 이름이 적히고 교실 뒷쪽으로 끌려나가게 된다.
다행히 나는 걸리지 않았다고 안심하는 순간 "너!"라는 호명이 내 귓가로 날아와 꽂혔다. 앞이 하얗고 미래가 불투명해 지는 순간이다. 운이 없게 걸린 것이다. 창 옆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긴 앞머리가 빛에 반사되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나는 이름과 학번을 적히고 다섯 대를 맞았다. 그리고 재검사는 이틀 후 3층 학생과에서 있을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커튼 머리를 꿈꾸던 18세 소년의 희망이 와르르 무너지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