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I'm not OK

undercurrent 2005. 4. 10. 03:17

 '할 말'이 있다. 물론 지금 내가 하려는 '할 말'은 밤 늦은 시간에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너에게 할 말이 있어"라고 말할 때의 그런 할 말은 아니다. 말 그대로 그냥 할 말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할 말이 있다는 건 세상에 대해 아직 관심이 남아있다는 증거이므로 일단 나는 이 현상을 고무적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플라스틱적으로 생각할 순 없지 않은가.(썰렁^^;)

 

 내가 하려는 '할 말'은 일종의 반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그 글'을 모 월간 문예지에서 읽었다. 모 월간 문예지하니까 굉장히 추상적이고 은밀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으니 대충 <세계의 문학> 4월호에서 읽었다고 치기로 한다. 사실, <세계의 문학> 4월호에서 읽은 것 맞다.^^;

 

 '그 글'은  feelig politics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다소 감성적으로 들릴 수 있는 제목을 달고 있는 그 글을 나는 다소 딱딱하게 읽은 편이다. 글쓴이 소개를 보니 동아일보 사설을 쓰는 사람으로 되어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을 아마 주필이라고 부를 것이다. 아무튼 그 글의 첫 문단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연설에서 인용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있나"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설위원은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있다라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그랬다. 그는 물리학과 생물학을 인용하며 감성을 배제하고 이성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게 원리이며 이치라는듯.

 

 우선 논설위원은 리더는 타고났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명된지 채 몇 달도 되지 않아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말한 노 대통령은 리더의 자질을 갖고 있지 못하며 그런 대통령을 국민들이 뽑은 데에는 감성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국민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했다면 분명 다른 후보를 찍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서 감성과 이성 중 월등히 감성적으로 판단하는 경향히 크다고 개탄했다. 특히 결혼을 예로 들었는데, 사랑(감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비 이성적인 판단으로 결혼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이 글을 통해 그의 의견이 전적으로 틀렸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의견은 한 사람의 의견임과 더불어 이성적인 부분도 있었고 충분히 이론으로 뒷받침되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계속 하기로 한다. 그가 생각하는 이성적인 판단이란 물리학적 혹은 생물학적 원리에 따라 순응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힘의 원리에 복종하고 생물학적 한계를 인정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자는 것이 그 글의 요지라고 할 수 있겠다.

 

 힘의 원리로서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예로 들었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기 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 헌법 같은 것이 국제사회에 존재하긴 하지만 강대국 앞에서 그런건 유명무실한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나 러시아 등이 이라크 침공을 반대한 것은 세계평화와는 거리가 먼 강대국에 대한 견제와 질투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세계 패권을 가진 국가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세계가 힘을 가진 자 위주로 돌아가는 것은 인간이란 존재가 이기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테레사 수녀 역시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는 타인에게 봉사함으로써 자신에게 즐거움을 얻는 이기심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을 들면서 인간본성을 잘 파악한 훌륭한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생물학적인 차이와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는 것과 더불어 남녀의 차이와 한계에 대해서도 말이다. 남녀가 외모에서부터 차이가 나듯이 서로의 능력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단적인 예로 남자가 수학이나 물리 분야에서 여성보다 월등히 뛰어난데, 그것은 수렵시절부터 남자는 사냥과 같은 지극히 계산적인 일에 적응을 해왔고 여자는 동굴 안에서 육아와 같은 정적인 일에 적응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겨났다고 했다.

 그리고 1만년전의 인간이나 지금의 인간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도 그 이기적은 본성은 그대로 드러난다고 했다. 연인중에 고통받는 쪽은 항상 더 사랑하는 쪽이라고 한다. 그것은 그 반대편이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랑을 빌미로 약속을 어기고 거짓말하고 어떤 경우에는 사기치고...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간사회에서는 힘의 원리에 따라 계층이 형성된다고 했다. 인간은 다른 여타의 동물과 마찬가지로 이기적인 생존기계라는 것이다.

 

 그만 하겠다. 그의 의견은 대충 이런 식이었다. 이런 글을 읽다보면 희망이 없는 지옥에 떨어진 기분이 든다. 왜냐하면 이 모든게 사실인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이란 건 사람의 의식이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글은 전혀 새롭거나 충격적이지는 않다. 그가 주장한 모든게 명백한 사실이라고 해도 말이다. 대충 들어왔던 얘기들이고 지극히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얘기일 뿐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생존기계임을 인정하고 생존기계로 살아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미완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