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년은 롤러브레이드를 타야한다

undercurrent 2007. 11. 7. 12:55
 옅은 어둠이 깔린 광장 한 가운데에서 누군가 춤을 추고 있었다. 그의 춤은 너무도 유연해서 땅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발밑에 있는 둥근 바퀴를 보기 전까지 난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는 지금 춤을 추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있는 것임을 알았다. 어쩐지 그는 발놀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땅위를 빠르고 유연하게 미끄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축구선수들이 드리블 연습할 때 쓰는 도구를 두 개의 열로 펼쳐놓고 그 사이사이를 지나갔다. 어떤 장애물 앞에서는 몸을 뒤로 돌려 또 어떤 장애물 앞에서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현란한 동작으로 장애물들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동작에 잘 어울리는 경쾌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가 미리 준비해 둔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나는 저녁시간에 광장에서 크게 오디오를 틀어놓고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있는 한 젊은이를 발견한 것이다.

 

 잠시 후에 오디오 근처로 세네명의 남자들이 더 모습을 나타냈다. 그중 한명은 처음에 보았던 그남자처럼 잘 탔고 나머지는 이제 롤러브레이드를 배우기시작한 것 같았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들을 계속 보고 있자니 나도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싶어졌다. 아니, 당장 그순간에 타고 싶었다기 보다는 왜 예전에 롤러브레이드를 타지 않았을까하는 후회에 가까웠다. 광장을 온통 전세낸 듯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현란한 움직임으로 롤러브레이드를 타는 모습은 정말 멋진데 말이다.